나에게 심플스텝스란?  - 5주년 행사, 그 1년 후

심플스텝스 6주년 행사 The Choices We Make가 벌써 이번 주 토요일(5월 20일 토, 서부시각 10시)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6주년 행사를 준비하면서 자연스레 작년 5주년 행사 The Paths We Take가 떠올랐습니다. 그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주셨던 패널 분들은 그간 어떻게 지내셨을까요? 작년 행사의 패널 다섯 분께 ‘나에게 심플스텝스란?’ ‘5주년 행사 패널, 그 1년 후?’ 라는 주제로 짤막한 글을 부탁드렸습니다.

(왼쪽에서부터 차례로 한미영, 조은정, 손선영, 박아름, 서혜영, 김민지 (사회))


한미영

나에게 심플스텝스란?

: 두려워 머뭇거리던 나에게 용기를 보태주고 새로운 도전과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 안내자.  

5주년 행사 패널, 그 1년 후...?

: 벌써 1년이 지났나? 할 만큼 빠른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1년을 뒤돌아 보면, 일과 가족을 모두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며 매일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다행이도, 두 아들은 학교생활을 착실하게 잘 이끌어 가고 있는것 같고, 남편도 일과 가족을 잘 저울질하며 언제나 저의 서포터로 잘 보태주고 있고, 저 또한 회사에서 작지만 프로모션도 받고 나름대로 성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워킹맘들의 가장 큰 고민은 내가 일을 하기 때문에 엄마, 아내의 역활을 소홀히 해서 가족 구성원들을 잘 서포트해 주지 못하는 것 같다는 죄책감이 제일 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죄책감을 느끼는 대신 가족들에게 각자의 역할을 잘 분배해 주어서 서로서로 도와주는 상황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노력 중이긴 하지만, 점차 가족들이 서로의 든든한 지원자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올해로 저는 센드버드에서 근무한 지 3년차가 되었습니다. 처음 워킹맘의 길을 선택한 후, 10년이 넘는 긴 공백기를 채우기 위해서 입사 1년 때는 정말 밤낮없이 일에만 몰두했었던 것 같습니다. 저의 선택에 대한 책임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때는 아이들이나 남편에게 좀 미안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젠 회사 내에서 저의 역활과 역량이 늘어 새로운 업무도 추가하며 더욱더 성장할 기회를 얻게 되어 앞으로 1년 후에 더 성장해 있을 나를 기대하게 합니다.  


조은정

안녕하세요. 심플스텝스 5주년 행사에 패널로 참여했던 조은정입니다. 벌써 1년이 흘러 6주년이네요. 이번에는 어떤 키노트 연사님의 영감을 주는 이야기를 듣게 될까, 패널 토의 시간에는 어떤 심스 회원님들의 우리들의 이야기를 듣게 될까 두근두근 기대가 됩니다. 

심플스텝스는 제게 없던 용기를 내게 만들어 주는 힘이 있어요. 저는 외향적으로 사회 활동을 하는 성격이 전혀 아니거든요. 그런데 심플스텝스에서 어떤 요청이 오면 할까 말까 몇초 망설이다가 항상 수락하게 되네요. 5주년 패널 참가와 Time to Shine 패널 참가도 그랬고, 지금 쓰고 있는 6주년 행사 홍보 글도 그렇고요. 참여를 위해 준비를 하다 보면 저를 스스로 돌아보게 되고, 행사에 참여하게 되면 저의 이야기를 통해 나누어 드리는 것보다 더 많은 영감과 용기를 얻게 돼요. 이게 심플스텝스 커뮤니티의 힘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심플스텝스를 통해 기른 용기를 제 삶의 다른 부분에도 적용을 해보고 있습니다. 그 결과, 애들 고등학교 학부모 단체의 보드 멤버까지 하게 되었어요. 처음에 용기 내는 게 어렵지, 많은 일이 막상 해보면 할 만한 것 같습니다. 작은 용기를 내면 내가 속한 사회와 연결된 나를 발견하고, 그 사회를 함께 키워나가는 보람도 얻게 돼요. 용기를 내기 위해 격려가 필요하신 분들, 오셔서 심플스텝스와 함께 용기를 내는 법을 연습해 보면 어떨까요?


손선영

<심플스텝스에서 귀인을 만나다>

안녕하세요.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의 풀스택 개발자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바삐 살고 있는 손선영입니다. 

영광스럽게 5주년 행사에 패널로 참여했었는데, 벌써 6주년이라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한국에서의 개발자 삶에 지쳐 도망치듯 이민을 온 후, 꽤나 긴 시간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혼자서 좌충우돌하며 지냈던 거 같아요. 아이들이 커가며 다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참에 운명처럼 심플스텝스를 만났답니다. 심스에서 하는 레주메 워크숍, 커피챗 및 다양한 프로그램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다 보니 어느덧 심스의 스텝으로 홈페이지 개편 작업에 참여도 하고, 같이 공부하던 분들과 함께 코딩 그룹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두둥! 그리고 심스에서 만난 귀한 인연 덕분에 개발자로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소중한 인연들을 심스를 통해서 만나게 되었고, 도움도 받고, 응원도 받고, 서로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하다 보니 긴 경력 단절을 극복하고 미국에서의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습니다.

이민자로서 낯선 이국땅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비슷한 상황의 동료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여러분들도 심플스텝스를 통해 소중한 인연을 만나 뵙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번 6주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Jenny Park (박아름)

2014년에 실리콘밸리로 이사 오면서 심플스텝스를 우연히 알게 되었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고 그 프로그램들에 참여한 몇몇 분과 친구가 되기도 했다. 지난 5주년 행사에는 패널로 참여해서 내 취업 및 이직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영광도 있었다.

한국에서 회사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는 나에게 미국에서 취업은 거의 연속적으로 ‘이럴 것이다'라든지 ‘~이래야 한다'는 내 생각의 틀을 깨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난 엔지니어와 관계없는 전공을 했는데 이곳에는 엔지니어 직업들만 많고 다른 직업들은 별로 없는 거 같은데, 그리고 난 원어민들에 비하면 영어를 너무 못하잖아'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자신감을 잃고 점점 나 스스로를 작게 만들던 시기가 한동안 있었다. 하지만 심플스텝스에서 LinkedIn/Resume Workshop에도 참여하고 이미 일하고 계신 분들을 온/오프라인 행사에서 뵙고 그들의 스토리를 듣고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지금은 화려하게 보이는 그들도 예전의 시작점에서는 나처럼 길을 잃은 것 같고 소박하고 작게 시작을 했구나를 알게 되면서 나 스스로 ‘그래, 괜찮아. 나 미국에서는 아직 3년밖에 안 됐으니 3살이라고 생각하자’며 스스로 용기와 위안을 줬던 것 같다.

내가 가진 능력과 가치에 비해 저평가되었다고 느껴지는 게 불만의 요인이자 동기 부여가 되었던 것 같다. “I feel underappreciated, undervalued, and  underpaid.” 처음에 내가 남편에게 내 직업 및 수입에 불평하면서 늘 하던 말이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뭐라도 시작하는 것은 다양한 방식으로든 도움이 된다. ‘내가 한국에서는 00이였는데, 내가 예전에는 000을 벌었는데, 내 나이가 00살인데.. 이런 일을 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과연 도달할 수는 있을까? 시간만 낭비하는 것 아냐? 이렇게 조금 벌고 세금 내면 남는 것도 없는데 그냥 차라리 일을 안 하는 게 낫지 않아?’ 여러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존심 상하고 짜증이 나고 불만족스러워도 지금까지 버텨온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포기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거나 내 삶의 바운더리는 더 좁아졌을 것이다. 내가 가진 기준의 체크리스트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일도 하다 보면 기인이 나에게 오기도 하고 의외의 기회도 찾아온다. 나는 그랬다. 그리고 그렇게 불평했던 이전 직업에서 하던 모든 일들이 직업을 바꾸는 과정에서 하나하나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장은 내 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내 나라에서는 안했을 법한 일이라도 시작해 보고 시도하는 것은 내가 뭔가를 해나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우리는 왜 외국에 사는 것일까? 내 나라를 떠나서 다른 곳을 올 만큼 당신은 추진력이 있는 사람이다. 지금 이곳의 크고 작은 어려움이 나를 낙담시키고 포기하고 싶게 만들어도 뭐라도 하자. 내 마음은 내가 가고 싶은 목표로 로켓을 타고 가고 싶겠지만 내 현실이 달팽이라도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One step at a time. 달팽이니까 가질 수 있는 여유로 주변의 풍경도 즐기고 새소리도 들을 수 있으면 더 좋겠고 말이다. 

회사에서 보면 인도, 중국 등 다른 나라 동료들이 서로를 밀고 당겨 주는 것을 많이 봤다. 심플스텝스가 그런 역할 및 플러스알파를 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심플스텝스가 생겨서 오늘까지 진화하고 성장한 것처럼, 당신이 한국에 있든, 미국에 있든, 유럽에 있든, 같은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면 서로가 서포트 그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에게도 심플스텝스가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 만나서 서로에게 동기부여도 주고받으면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멋진 공동체가 되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서혜영


벌써 일 년

“일 년”이라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당한 시간이 흘러갈 즈음엔 브라운아이즈의 노래 벌써 일 년이 떠오릅니다. “벌써” 일 년이 지났네요. 심플스텝스와 함께한 순간순간들이 보람이었지만, 지난 5주년 행사에 패널로 참여했던 것은 더 많이 특별했던 것 같아요. 다양한 커뮤니티 구성원 중에 기자님이 계셔서 신문 기사의 일부가 되어보기도 했고, 작은 경험의 공유였지만, 경단녀 딱지를 떼며 취업을 준비하는 다른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겠구나 싶은 확신도 들었습니다.

코딩이 아닌 다른 것들을 준비하는 지인분들께도 심플스텝스를 추천해 드렸습니다. 세무/회계 관련해서 공부하시는 분, 글쓰기에 관심 있는 분이 조인하셔서 외롭지 않고 힘내서 더 열심히 할 수 있게 되었다며 이렇게 좋은 커뮤니티를 소개해 줘서 너무 고맙다고 여러 번 말씀해 주셨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소개해 드려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터디그룹 분들의 취업소식도 연달아 들려왔습니다. 많은 분이 함께 내 일처럼 기뻐할 수 있었어요. 또 실패의 경험도 함께하며 다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으쌰으쌰도 해주셨고요. 한편으로 비슷한 경험을 해봤거나 고민을 해본 사람들을 서로 소개해 줄 수 있었던 기회들도 감사한 경험이었습니다. 게을러서 오프라인으로 하는 네트워킹 모임엔 잘 못 가는 편인데, 팬데믹 이후로 슬랙이나 줌으로 커피챗, 원온원 등을 통해 부담 없이 시간 맞춰 소개할 수 있다는 것을 심플스텝스를 통해 배운 것 같아요. 어떤 분은(누구일까요~~~) 스터디 그룹 하나 도와달라고 살짝 불렀다가 모든 스터디그룹에 도우미로 도움을 주고 계시기도 합니다. 하나같이 다른 분들에게 조금이든 많이든 힘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시간을 내주셨던 경험을 하며 우리는 누구도 혼자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지난 일 년은 긴 팬데믹의 동굴을 헤쳐나와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바쁜 시간들이어서, 이전에 비해서 새로운 스터디 그룹의 생성이 조금 부진했던 듯하기도 합니다. 와중에도 탄탄하게 운영되고 있는 스테디 스터디 그룹들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공부가 필요하신 분들은 언제든지 찾아와서 그룹을 만들 수 있는 든든한 커뮤니티로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가끔 구경하러 들러본 커피챗들도 좋은 시간들이었어요. 어느날 슬랙 채널의 쓰레드에서 심플스텝스의 운영진이 아닌 회원분들이 번개식으로 해당 주제를 다루는 멋진 토의 시간을 만든 적도 있는데, 감동적인 경험이었답니다. 제너럴이나 올 어바웃 잡 보드를 항상 주시하고 있어야 합니다. 감동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늘 응원해 주고 공감해 주는 심플스텝스를 통해서 친구가 된 소중한 한 분 한 분들이 있어서 마음이 배부른 일 년이었습니다. 일하다 모르는 것 있을 때 전화해서 괴롭혀 드리기도 하고 회사생활이 힘들때, 지혜가 필요할 때도 많은 도움을 받은 듯합니다.

올해도 패널하시는 분들 박수쳐 드리고, 다른 분들도 얼굴 보고 인사하러 가려고요. 지난 일 년도 심플스텝스는 사랑이었습니다~ 너무 감사했고 다음 일 년도 잘 부탁드립니다~ 생일 축하드려요! 


두려워 머뭇거리던 이에게 용기를 보태주고, 새로운 도전과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 안내자, 없던 용기를 내게 만들어주는 힘을 주는 곳, 귀하고 소중한 인연을 만난 곳, 서로를 밀고 당겨 주며 같이 성장하는 공동체, 늘 응원해 주고 공감해 주는 든든한 커뮤니티. 다섯 분의 글을 요약하며 심플스텝스의 의미를 곱씹어 봅니다.

여러분께는 심플스텝스가 어떤 의미인가요? 

황금 같은 토요일에 시간을 내기가 쉽지는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티켓값 $30이 조금은 부담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주여성으로서 지금껏 경력 공백을 극복하기 위해, 경력을 쌓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온 시간 속에 내렸던 선택들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나의 길을 가늠해 보는 시간입니다. 어렵지만 이 길을 함께 갈 귀하고 소중한 인연을 만나는 장이기도 합니다. 지금 떠오르는 여러 이야기와 마음들, 고이고이 모아 6주년 행사 때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쪼록 여러분께서 오늘 자신을 위해 주는 작은 선물이 6주년 행사 참여 선택이길 빌어 봅니다. 

Written by Jiyoon 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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