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et Our Member: Jene Park
열정이 넘치는 패션 디자이너이자 창업가인 Jene Park 님을 만났습니다. 29살에 LA로 유학 오며 패션 분야에 처음 도전하신 Jene Park 님은 BCBG, Thomas Wylde 등 럭셔리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시다 최근 Recycled Karma를 창업하여 회사를 이끌고 계십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 비전을 가진 디자이너이자 이민 여성이자 쌍둥이 딸의 엄마로서의 정체성을 아우르는 Jene Park 님의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Q. 지금 하시는 일을 소개해 주세요.
J. LA에 기반을 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Recycled Karma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겸 CEO예요. 저는 CEO로서 제 역할이 Chief Entertainment Officer라고 농담을 하곤 해요. 빠르게 성장하는 작은 규모의 기업을 리드하는 제 역할은 팀이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함께 일하도록 격려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팀의 최고라기보다는 팀을 위하는 최고라고나 할까요?
Q. Recycled Karma는 언제 창업하셨나요?
J. BCBG, Thomas Wylde를 포함한 럭셔리 브랜드에서 오래 일했어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시즌마다 몇백 개의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는 게 무척 힘들어요. 예전에는 봄/여름 그리고 가을/겨울 두 시즌의 패션쇼가 있었는데 미국은 지금 시즌이 여러 개로 늘어났습니다. 뉴욕 패션위크가 끝나면 바로 파리의 패션쇼도 가야하는 생활에 스트레스와 번아웃이 많이 왔어요. 2년 정도 쉬면서 여행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충전하는 휴식기를 갖기로 결심을 했어요. 그동안 친구가 브랜드 디자인을 해달라는 제안을 해서 지금의 브랜드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 친구는 중간에 사라지고 제가 남아 2019년에 첫 컬렉션을 론칭했어요. 인생은 항상 계획한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 같아요.
럭셔리 브랜드만 오래 했던 제게 영 컨템포러리는 아주 달랐어요. 처음부터 다시 배우며 시작했어요. 한국에서 직업을 가지고 살다가 미국에 처음 오면 언어부터 모든 걸 새로 배워야 하잖아요? Recycled Karma를 시작할 때 그런 느낌이었어요. 새로 다 배우니 재미있더라고요.
Q.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의 문화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경험을 했는데 패션계에서 K-문화의 영향력은 어떤가요?
J. 지금은 한류가 강세죠. 예전에 Thomas Wylde에 있을 때 한류의 힘을 경험했어요. 제가 핑크색을 좋아해서 흔히 핑크색으로는 만들지 않는 캐시미어나 가죽 같은 소재로 핑크색 옷을 만들었어요. 예전에 라이더 재킷을 핑크 가죽으로 만들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캐나다, 런던, 중국, 홍콩, 미국 등 온 세계에서 주문이 들어오더라고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 씨가 우리 브랜드의 핑크 재킷을 입었던 거죠. 저는 그 당시 스타 마케팅도 전혀 몰랐고 그 드라마에 옷을 협찬한 것도 아니었어요. 그 후 몇 년간 한류가 지속됐어요.
하지만 K 패션의 영향력은 아직 K드라마, K팝, 한국 음식의 유행에 미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한국 사람들은 똑똑하고 창의적인데 왜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 브랜드는 없을까요? 예를 들어, 일본은 꼼므 데 가르송, 이세이 미야케, 요지 야마모토 같은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가 있어요. 제가 29살의 나이에 LA로 유학 오며 패션 분야에 처음 도전했을 때, 한국 사람으로서 세계에 이름을 떨치는 패션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결심했어요. 미국에 온 지 29년이 흐른 지금, 저는 패션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능력 있는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명성을 알리고 영향력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 패션 업계 사람들은 비즈니스 감각이 있어요. 앞으로는 제가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며 얻은 노하우와 주니어 레벨부터 리더십 역할까지 두루 거친 경험과 저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패션 업계의 차세대 주자들을 키우는 것이 꿈이에요. 한국 브랜드가 세계적 브랜드로 자리 잡는 데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Q. 세계적 패션 브랜드를 만들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요?
J. 모든 사람, 그중에서도 특히 젊은 사람들이 인생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따라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패션업계는 굉장히 경쟁이 치열하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지구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일단은 패션에 대한 열정이 필요하겠죠. 두 번째는 절대 꿈을 포기하지 말아야 해요. 저도 패션 업계에서 많은 성공과 실패를 맛보았지만,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서 계속 도전하는 일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성공을 측정하는 기준은 이뤄낸 성취가 아니라 그곳에 도달하기까지 넘어선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Q. 그렇다면 쌍둥이 자매를 키우는 엄마로서의 철학도 좀 궁금합니다. 패션 디렉터, 창업자로서의 삶과 엄마로서의 삶을 어떻게 조화시키시나요?
J. 저는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않아요. 음악을 하면 인생이 윤택해지잖아요. 피아노를 배울 때 평생 젓가락 행진곡만 쳐도 상관없으니 음악을 좋아하게끔 하는 게 목표라고 생각했어요. 워킹맘이다 보니 아이들과 항상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못했죠. 그래도 내 삶, 내 커리어를 가지는 것이 중요해요. 나 자신을 먼저 챙겨야 아이들도 잘 챙겨줄 수 있거든요. 비행기에서 안내방송에도 산소마스크가 떨어지면 나 먼저 하고 아이들을 씌워주라고 하잖아요. 그것이 인생의 정답이에요. 나부터 챙겨야 해요.
둘째 딸이 자폐 스펙트럼 경계에 있었는데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예요. 다만 둘째 아이에게 신경 쓰느라 첫째 아이가 조금 소외되었어요. 어느 날 첫째가 ‘엄마, 나도 뭐 잘하는 거 있어?’라고 물어봤어요. 첫째는 항상 뭐든지 잘해서 굳이 칭찬을 안 해줬는데 둘째는 밥만 먹어도 ‘와, 잘했다’ 했거든요.
Q.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Jene 님만의 시간 관리/에너지 관리 비법이 있다면요?
K. 체력을 기르기 위해 매일 운동을 해요. 그날의 일정에 따라 운동 시간은 5분이 되기도 하고 1시간이 되기도 해요. 아무리 바쁘고 시간이 없어도 5분은 운동할 수 있잖아요. 5분 동안 빨리 달리거나 계단 오르기만 해도 생각보다 꽤 힘들어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저는 휴대폰을 사용해요. 이메일이 하루에 300~500개가 오는데 한두 줄로 간단히 답변하고 긴 내용은 전화 통화로 해요. 이메일은 하루에 전부 다 소화합니다. 내일이면 또 500개의 메일이 들어오니까요. 오늘 할 일을 절대 내일로 미루지 않아요. 읽은 것은 삭제하고 다시 봐야 할 것만 Inbox에 남겨요. 정리를 잘해야 시간 관리도 잘할 수 있어요. 아침에 이메일을 모두 보고 운동을 한 후 중요한 일부터 미리 해요. 이 루틴은 여행을 가도 지켜요. 평상시 미팅과 스케줄대로 일을 하고 5시 이후부터는 내 시간을 가져요. 가족과 친구와 저녁 시간을 보내고 강의나 재능기부 같은 사회활동도 해요. 유럽이나 한국과 시차 때문에 자기 전에 중요한 이메일이 있는지 한 번 더 훑어봐요.
회사에서 9~5시에 일을 모두 못 끝내는 직원이 있다면 그 사람이 업무처리를 잘못하고 있거나 주어진 업무량이 너무 많아서 그 일을 할 인력을 추가로 고용해야 하는 경우 두 가지라고 생각해요. 시간 관리를 잘하면 근무 시간에 일을 끝내지 못할 이유가 없어요. 저는 직원들이 시간을 잘 관리하기를 원해요. 점심도 가급적 나가서 먹고 산책도 하도록 하고요. 저는 하루 6시간이면 일을 마쳐요. 아이들이 이제 커서 파리 패션위크를 같이 가기도 하고 출장 갈 때 딸들과 함께 가는 편이에요.
저는 하늘이 무너져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요. 하늘이 무너지면 솟아날 구멍을 찾아요. 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직원들은 더 받으니까요. 하늘이 무너지면 먼저 한 번 웃어요. 그렇게 나 자신을 다스리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하면 빨리 해결할 수 있을지 직원들과 의논해요.
Q. 이민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이 Jene님이 하는 패션 디자인에 영향을 주는 게 있으신가요?
J. 제가 미국에 온 나이가 29살이에요. 미국에 10대에 이민 온 사람들과 저는 영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어요. 제 나이에 이민 온 사람은 영어를 절대 현지인처럼 할 수가 없어요. 그게 가장 힘들었고 아직도 힘들어요.
다른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 꿈이 디자이너였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패션 디자인을 선택한 이유는 디자인은 스케치만 하면 되고 말은 안 해도 되는 줄 알았기 때문이에요. 정말 잘못된 생각이었죠. 디자이너는 정말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이거든요. 12살 같이 어린 나이에 이민을 왔으면 정치인을 했을 것 같아요. 사람을 좋아하고 정치에 관심이 많아요. 이제 미국에서 산 지 29년이 되었어요. 올해(2021)로 한국에서 산 시간과 미국에서 산 시간이 똑같아졌어요. 영어 공부는 아직도 하고 있어요. 평생 넘을 수 없는 벽이자 핸디캡이에요.
Q. Jene 님께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사람은요? 롤모델이 있으신가요?
J. 중년의 나이에 인생을 다시 계획함으로써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꾼 여성이 있어요. 그분이 저의 롤모델이에요. 바로 Elon Musk의 어머니인 메이 머스크(Maye Musk)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메이 머스크는 남편에게 학대를 당했어요. 그 당시에는 여자가 이혼을 못 하게 하는 법이 있었어요. 이혼이 합법화되자마자 바로 이혼 후 아이 셋을 데리고 캐나다로 가서 정부에서 제공해주는 방 1칸짜리 집에서 생활했어요. 그리고 이 이야기를 <A Woman Makes a Plan>이라는 책으로 냈어요. 제가 재능기부로 강연하는 주제와 같아요. 5년 계획을 세우는 것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어요.
메이 머스크가 용기를 낸 덕분에 (그 아들이 창업한) Tesla와 SpaceX가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주어진 환경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 인생을 개척했어요. 이분은 모델이자 학교 영양사, 엄마이기도 했는데 69세의 나이에 Cover Girl의 모델이 되어 모델로서의 전성기를 맞이했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은퇴라는 걸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실천하신 분이셨죠. 저도 은퇴할 생각이 없어요. 남이 필요로 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죽을 때까지 할 것 같아요. 커리어뿐만 아니라 제 삶의 롤모델로도 제가 너무 좋아하는 분이에요. 저 책을 꼭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Q. 패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많으시다고 하던데, 이와 관련해 어떤 비전을 갖고 계신가요?
J. 패션 산업은 석유 산업만큼이나 환경을 해치는 산업이에요. 미국은 그런 인지도가 유럽보다 낮아요. 브랜드 이름도 Recycled Karma로 한 건, 돌고 도는 카르마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입니다. 바다에 있는 플라스틱을 수거해서 쪼개면 폴리에스터 알갱이를 만들 수 있어요. 이것을 재활용 면(cotton)과 섞어서 원단을 만들어요. 그렇게 만든 지속가능한(sustainable) 티셔츠를 만들어 팔고 있어요. 지금은 여러 컬렉션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재활용/지속가능한 원단을 확대할 계획이에요.
Recycled Karma를 론칭하자마자 팬데믹이 왔어요. 2020년에 파리에서 유일하게 한 번 전시하고 팬데믹 때문에 더 못했어요. 지금은 미국 시장에 주력하고 있지만 곧 유럽이나 일본으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에요. 환경 문제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죠.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주력해야 하는 분야에요. 소비자들도 환경을 고려한 상품을 선택함으로써 그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앞으로의 꿈, 비전은 무엇인가요?
J. 노인들을 위한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100세 시대인데 은퇴 후 생활하는 모습들을 보면 참 아쉬워요. 55세 이상만 일할 수 있는 회사에서 인생의 두 번째 기회를 주고 싶어요. 특히 여성에게 자립할 기회가 필요해요. 모든 나이대의 여성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선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생선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싶어요. 그것이 진정으로 성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같이 일하거나 재능기부를 통해 가르치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제가 좋아하는 패션을 하면서 많은 분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심플스텝스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J. 모든 여성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이룰 수 있어요. 시간이 없어서, 영어를 못 해서 같은 수동적인 생각에 머물지 말고 능동적으로 생각해야 해요. 자신의 꿈을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뭐라도 바로 하는 거예요. 미루지 말고요. 우리 인생은 한 번밖에 없어요. 온전히 자신만의 인생이에요. 남을 신경 쓰지 말고, 하지 못할 이유를 만들어내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오늘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Interview date: December 14, 2021
Written by Jiyoon Yoo, Hyekyung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