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직업의 세계 - 1편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데 왜 내가 할 만한 일은 없어 보일까요? ‘문송하다(문과라서 죄송하다)'는 이유로 혹시 좌절하고 계시진 않은가요?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베이 지역에서 전공이나 기존 커리어가 테크 쪽과 거리가 먼 분들은 일은 하고 싶은데 뭘 해야할지 더 막막하게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다양한 커리어에 종사하는 분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미니 인터뷰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참여자 분들께 드린 공통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지금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2. 지금의 커리어를 선택하게 된 경로나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혹시, 중간에 경로를 변경했다면 그 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3. 보통의 하루 일과를 간략히 설명해 주세요.
4. 이 직업을 갖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이 일에 관심을 갖고 도전하고자 한다면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5. 그밖에 남기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직업적 혜택, 만족도, 추천 여부, 격려의 말씀 등등)
박선미
Substitute Teacher
1. 지금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공립 초등학교 대체 선생님 (Substitute Teacher 썹티처)
2. 지금의 커리어를 선택하게 된 경로나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혹시, 중간에 경로를 변경했다면 그 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자녀의 학교에서 책 읽어주고 토론 및 액티비티를 진행하며 수업하는 봉사활동을 했는데 생각보다 적성에 잘 맞았고, 또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에 일하고 하교 시간에 아이들을 픽업하고 함께 집에 올 수 있어서 고민 없이 선택했습니다.
3. 보통의 하루 일과를 간략히 설명해 주세요.
썹티처가 필요한 학교, 학년, 반이 썹티처 시스템에 뜨면 (보통 며칠 전, 또는 하루 이틀 전에 뜸) 선택하고 그 학교로 출근하여 오피스에 들렀다가 그 반의 열쇠를 받아 교실에 들어갑니다. 응급상황이 아닌 한 보통 담임선생님이 그날 가르칠 것, 시간별 일과를 작성해 놓고 갑니다. 그 스케줄대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퇴근하면 됩니다.
4. 이 직업을 갖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이 일에 관심을 갖고 도전하고자 한다면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주마다 다르겠지만 캘리포니아는 학사 이상의 학력이면 CBEST라는 시험(리딩, 매스, 라이팅) 통과 후, 각 디스트릭에 썹티처 공고가 나면 지원해서 면접 보고 합격하면 채용이 됩니다. 기준이 바뀌긴 하지만 최근에는 썹티처 인력이 모자라서 기준이 많이 완화된 것입니다.
5. 그밖에 남기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직업적 혜택, 만족도, 추천 여부, 격려의 말씀 등등)
한 학년이 아닌 초등/엘리 전 학년을 가르치기 때문에 다방면의 학업적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하지만, 요즘은 컴퓨터 앱을 활용한 수업이 많아서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는 경우가 많아서 부담이 적습니다. 또한 내가 일을 할 수 없거나, 하기 싫은 날은 안 해도 되는 굉장히 융통성 많은 직업이고, 영어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성인보다는 아이들을 상대하는 일이라 나의 영어향상에도 도움이 됩니다. 더불어 보통 하루치 월급으로 계산되지만, 파트타임 업무인 데 비해 시급으로 계산하면 꽤 높은 편입니다. (시간당 30불 이상) 융통성 있는 스케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하는 직업입니다!
이은실
Senior Administrative Assistant
1. 지금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Santa Clara University 학과의 Senior Administrative Assistant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과사무실 아줌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주로 학생 등록, 연간 및 학기당 개설되는 과목 관리, 학과에서 필요한 물품 구입과 예산 관리 확인 업무를 합니다. 그리고 복사도 하고 전화도 받고 심부름도 다니고 가끔 학과나 학교의 행사 준비도 합니다. 이렇게 써 놓으니까 많은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대학 행정의 말단이라 스스로 큰 결정을 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보통은 학과장이나 프로그램 디렉터, 그리고 다른 부서에서 요청하거나 지시받은 일들을 받아서 마감 날짜에 맞춰서 내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2. 지금의 커리어를 선택하게 된 경로나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혹시, 중간에 경로를 변경했다면 그 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저는 대학 졸업 후에 잠시 한국에서 대학 과사무실에서 일한 적이 있고,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남편과 결혼해서 장기간 살림 육아만 하며 살았습니다. 커리어라고 할 만한 경험도 없고, 전공도 인문학이라 당장 쓸 수 있는 기술도 없었어요. 가끔씩 번역 일을 했고, 지역 한국 학교에서 가르쳤던 것이 한동안 제 경력의 전부였는데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후에 localization industry에서 잠시 일을 했습니다. 저는 그 일도 재미있게 했는데요, 업종의 특성상 하청 업체에 소속되어 단기 계약을 갱신하는 고용 형태라 직업 안정성도 떨어지고 그 자리에서는 발전이나 성장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고민이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시는 분이 대학 직원으로 일해보라고 권하셔서 지원했는데 감사하게 오퍼를 받아 직장을 옮겼습니다.
3. 보통의 하루 일과를 간략히 설명해 주세요.
매일 정해진 일과가 있다기보다는 학교에서 일을 하다 보니 연간 학사 일정에 맞추어 그때그때 할 일의 우선순위가 정해집니다. 매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두세 번에 걸쳐 개설 과목 스케줄을 확인하고 오류가 없나 확인해서 등록처에 보내야 하고, 과목별 강의 계획서를 담당 교수들에게 받아서 정리해 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등록 기간에는 웨잇리스트 관리 등 학생 등록과 관련된 업무나 질문에 답하는 일들이 많고,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기간에는 시험지 복사와 전달 업무가 많습니다. 매년 한 번씩 한국식으로 하면 강의 요람이라고 할까요, 학과 정보와 학과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 과목 정보를 업데이트해야 하고 졸업 시즌에는 졸업해야 하는 학생들이 졸업에 필요한 요건을 다 충족하는지 확인하고 오류가 있으면 알려서 바로잡고요. 수시로 하는 일로는 전화나 이메일로 각종 질문에 답하기, 전공/부전공 선택 혹은 취소 신청서 처리, 복사기 등 사무용품 관리, 우편물 관리, 교수들의 리임벌스먼트(환급) 리포트를 대신 작성해서 제출하고 영수증 정리하기 등등이 있습니다.
4. 이 직업을 갖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이 일에 관심을 갖고 도전하고자 한다면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사실 이 일을 하겠다고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준비한 것이 아니라 제 경험이 전형적인 예가 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준비할 때도 전에 하던 일과 이 일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스스로 설명하는 것이 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대학교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일반적인 행정 능력이 있으며 빠듯한 마감에 맞춰서 맡겨진 일을 납품하는 업무에 익숙하고 비밀 유지 의무가 있는 일을 성실하게 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대학에서는 행정 경험이나 대학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결국 이 일은 원칙과 매뉴얼에 따라 맡겨진 일을 처리하고, 다른 부서나 사람들을 보조하고 도와주는 종류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든 예산이나 등록 관리, 마감 관리, 일정 관리 등등을 맡아 해 본 경력이 있다면 좋을 것 같고 일하는 중에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아는 사람한테 물어봐서 배운다는 마음가짐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동료들 중에도 리테일 쪽에서 일하던 분도 있고, 십수년간 전업주부였으면서 학교 PTA와 보이스카우트 학부모 봉사 활동을 오래 하신 분도 있습니다. 사립 학교인 경우 직원들이 학교의 건학 이념이나 가치를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지를 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5. 그밖에 남기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직업적 혜택, 만족도, 추천 여부, 격려의 말씀 등등)
이 직장에서 제일 매력적인 혜택은 본인이나 자녀가 이 학교에 합격하는 경우 학비 면제가 된다는 점 같아요. 저는 곧 대학 진학을 준비해야 하는 고등학생 아이가 있어서 그 점이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여름 방학 중에는 (방학 내내 쉬지는 않습니다만) 상당히 여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습니다. 모든 대학에서 다 똑같은 혜택을 제공하지는 않겠지만, 많은 곳에서 일정 이상 근속하면 어떤 형태로든 본인이나 자녀에 대해 학비 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걸로 압니다. 제가 일하는 자리는 과사무실 관리지만 이런 일 말고도 대학 여러 부서에 다양한 일자리들이 있으니 많이 관심 가지고 보셨으면 좋겠어요.
SM
육군 병원 Clinical Laboratory scientist
1. 지금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병원 실험실에서 임상실험을 하고 의사가 진단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올려드립니다. 그 밖에도 각종 임상 실험을 하는 연구실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2. 지금의 커리어를 선택하게 된 경로나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혹시, 중간에 경로를 변경했다면 그 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저는 한국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취업을 진행하던 중 육군에 입대해서 육군 연구소와 육군 병원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3. 보통의 하루 일과를 간략히 설명해 주세요.
군대에서는 보통 일찍 다 같이 PT를 하고 그다음에 각자 군인들의 스케줄에 따라 흩어집니다. 병원 Shift 가 있는 경우에는 보통 8시간 병원 근무를 합니다.
4. 이 직업을 갖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이 일에 관심을 갖고 도전하고자 한다면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민간 과정과 입대 과정 두 가지로 알아볼 수 있는데요.
민간 과정은 학사학위를 받아야 하므로 선수과목을 들은 후에 해당 과정이 있는 학교에 지원해야 하고요. 학교를 졸업하고 자격시험을 봐야 합니다. 인턴도 보통 6개월, 캘리포니아는 1년 과정을 요구합니다.
군대 과정은 입대 시험 (ASVAB) 을 본 후에 특기로 Lab tech 을 지원해야 하며 이때 시험 점수가 높아야 합니다. Medical 쪽은 군대 내에서도 공부가 어렵기 때문에 커트라인이 높습니다. 입대 후엔 체력 단련과 공부를 같이 진행해야 하기때문에 체력도 좋아야 하고 성적관리도 잘해야 합니다. 과정을 마치면 AS degree를 받고 본인이 계속 과정을 이수하면 BS를 받습니다. 군대 제대 후에는 종합병원의 임상실에서 일하게 됩니다.
5. 그밖에 남기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직업적 혜택, 만족도, 추천 여부, 격려의 말씀 등등)
보통 은퇴없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고요. 간호사처럼 유니언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일방적인 해고 같은 억울한 경우가 없습니다. 사람을 상대함에서(customer service) 오는 스트레스가 없다는 게 큰 장점이고요, 체력 소모도 적은 편입니다. 실험실 환경은 늘 조용하고 다른 잡무도 없고 퇴근 후엔 일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에 가정을 가지고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여성에게 추천 드립니다. 하지만 의료 쪽이기 때문에 작은 실수라도 사람의 생명을 다치게 할 수 있으므로 집중력이 좋아야 합니다. 또한 공부 자체가 의사처럼 화학 생물학을 기본으로 하고 복잡한 의료 기계도 많이 다루게 되어 이쪽 분야를 좋아하시는 분에게 맞습니다. 안정성 때문에 Medical field 에 직업을 찾고 싶은데 간호사가 적성에 맞지 않으신 분들에게 추천 드립니다. 또한 customer service 가 아니어서 언어에 크게 구속받지 않기 때문에 늦게 이민 오셔서 영어가 어려우신 분들에게도 추천 드립니다. 하지만 일반 대학과정은 대기자도 많고 선수과목도 많고 인턴과정도 길기 때문에 이점은 감안하시고 진로를 고민해 보세요.
아무쪼록 이번 미니 인터뷰 시리즈가 심스 커뮤니티 여러분의 커리어 여정에 도움이 되기를 빕니다.
다른 여성들의 진로 고민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저희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해 주신 참여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다양한 직업의 세계 인터뷰 시리즈는 다음 주에 2편으로 이어집니다.
Interviewed and edited by Jiyoon Yoo, SoonJae 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