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GROW TOGETHER 인터뷰 시리즈: 스여일삶
개인이 풀기 어려운 문제를 연대의 힘으로 풀어나가는 멋진 여성 커뮤니티와 기업을 소개하는 심플스텝스 인터뷰 시리즈! 두 번째는 스여일삶입니다. 대표 김지영 님, 에디터 구아정 님, 팀장 장서인 님, 커뮤니티 매니저 우지희 님을 2021년 7월 13일에 비대면 인터뷰했습니다.
Q. 스여일삶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작되었는지 궁금해요.
지영: 스여일삶은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연결하고 이분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서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2017년 11월에 페이스북 그룹으로 출발했어요.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멋진 여성들의 이야기를 조명하고 스타트업계 경력 전반의 여러 콘텐츠를 공유하는 스피커이자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약 5,800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커뮤니티로 성장했어요.
Q. 스여일삶 회원 수가 정말 많이 늘었어요. 대표적으로 어떤 분들이 스여일삶 커뮤니티에 계신지 소개해 주세요.
지영: 50%는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는 실무자들이에요. 마케터, 디자이너, 개발자, 기획자 등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고 계세요. 30%는 창업을 하신 분들 또는 예비 창업자분들이에요. 이분들은 새로운 창업 아이템과 회사 운영에 대한 정보를 나눠요. 나머지 20%는 업계 관계자분들로 투자자, 기자 등 스타트업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시는 분들, 미래에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은 대학생, 나중에 이직을 원하는 분들이 포함됩니다.
아정: 스여일삶의 대표 페르소나는 지영 님이라고 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지영 님 스스로 직장 내에서 결혼과 경력을 잘 유지하는 사례를 찾기가 어려웠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필요했다고 해요. 실제로, 3~5년 차 경력을 가진 시점에서, 결혼한 선배나 아이를 기르고 있는 선배가 스타트업에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커뮤니티를 찾아오는 분들이 많아요.
Q. 스여일삶을 찾아오는 분들은 어떤 경로로 찾아오나요?
지영: 저희는 다양한 경로로 콘텐츠를 노출해요. 이메일 소식지, 브런치 잡지 등 온라인 채널에 널리 알리기 때문에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검색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어요. 페이스북 알고리즘 추천 또는 새로 시작하는 텀블벅 펀딩 같은 외부이벤트를 통해 알고 오신 분들도 있습니다.
지희: 최근에 대학생 회원들이 부쩍 늘었어요. 저도 얼마 전까지 대학생이었는데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를 찾다가 여기서 일하게 되었구요. 젊은 세대들의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늘고 있는데 미디어에는 스타트업에 대한 특정 정보가 한정적으로 노출된다고 느껴요. 더 풍부한 정보를 찾아 우리 커뮤니티를 찾는 분이 늘고 있어요.
서인: 지영 님 케이스처럼 저도 결혼과 경력의 양립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커뮤니티를 찾아온 경우였어요. 방향을 잡지 못할 때여서, 앞서 말한 ‘지영 님 (같은) 페르소나’가 필요했어요.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개선의 의지를 가진 분들이 모여들고 그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Q. 스여일삶은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나요?
지영: 창업가 3명 중 1명은 여성이었으면 좋겠다는 미션을 가지고 있어요. 현재 전체 창업가 중 여성의 비율은 10% 내외라고 합니다. 제가 창업 교육 등 외부 행사에 참여해보면, 50명 중 3명 정도만 여성이었어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 창업가분들도 비슷한 비율이라고 체감하시더라고요. 더 많은 여성에게 창업도 또 하나의 커리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도 본인의 커리어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게 저희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 20대 개발자 남성 중심 조직이 주류인 현재 스타트업계를 대상으로, 젠더 감수성을 갖춘 기업 문화 확산을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어요. 또, 직원 또는 C 레벨 임원의 성비가 균형을 이루는 조직을 특별히 조명하고 있습니다.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일터 안에서 여성과 남성이 함께 건강하게 일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하고, 다양한 회사 운영 사례를 보여주는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아정: 스여일삶의 주요 키워드는 연결, 연대, 다양성입니다. 여자들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들과 같이 일하기 때문에 현재 남성 중심적인 문화가 강한 조직에서 화합의 시너지를 내려면 여성에게 어떤 점이 필요한지를 함께 고민합니다. 고용자 입장에서도 기혼 여성의 경력을 활용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궁금해하고요. C 레벨 남성분들은 회사가 어떤 복지를 제공해야 하는지 몰라서 저희에게 문의하기도 하셨어요. 스여일삶은 여자와 남자를 대결 구도로 보는 조직이 아니에요.
Q. 스여일삶은 한국에 있는 커뮤니티로서는 유일하게 페이스북 커뮤니티 리더쉽 프로그램에 참여하셨어요. 스여일삶만의 특별하고 고유한 점은 무엇인가요?
지영: 저희는 뾰족한 게 좋아요. 여성 커뮤니티나 여성 리더쉽은 넓은 개념이지만 상대적으로 스타트업은 특정 분야인데 그중에서 여성은 더 좁아요. 그렇기 때문에 틈새 요구사항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연대를 중요시하는 분위기여서 사람들이 친절하고 부드러워요. 현재 스타트업 종사자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예비 창업가, 스타트업에 이직을 원하시는 분들이 모여 단순 홍보의 장으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커리어에 대한 유대감을 서로 나누고 지지합니다.
Q. 스여일삶이 지키고 싶은 핵심 가치에 대해 알려주셨는데, 초창기와 비교해 변한 것은 없나요? 앞으로 스여일삶이 확장하고 발전시키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서인: 스여일삶은 커뮤니티의 취지가 명확하고 크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잘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영리를 목적으로 한 제안에 흔들렸던 적도 있지만 변하지 않는 단단한 내실 덕분에 커뮤니티가 초심대로 잘 유지되어 온 것 같습니다.
지영: 4년 전보다 투자자들이 여성 창업가를 바라보는 인식이 전환되는 시점인 것 같아요. 가령, 투자사가 20개 회사에 투자한다면 그동안은 그중 여자 대표가 한 명도 없다는 점에 관심이나 질문을 갖지 않았었는데, 요즘은 성비 또는 다양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곤 하시거든요. 포트폴리오에서 여성 창업가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주시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어요.
커뮤니티에는 많은 사람이 모이다 보니 사업 홍보,구인·구직, 또는 업무 파트너를 찾는 등의 다양한 니즈가 있어요. 이건 커뮤니티의 자연스러운 순기능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은 기회를 얻어갈 수 있도록 오픈하려고 해요. 코로나 전 오프라인 모임에서 어떤 회원분은 본인이 평소 가고 싶어 하던 조직에서 일하는 분을 우연히 만나 이직에 성공하기도 했어요. 커뮤니티 안에서 사람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서포트하는 역할이 현재 저희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다양한 프로그램과 활동을 지속해 나가려면 재원이 필요한데 현재 어떻게 꾸려나가고 계세요?
지영: 운영할 재원을 어떻게 충당하느냐는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아요. 저희가 발행하는 소식지와 콘텐츠의 배너광고, 브랜드 콘텐츠 인터뷰 의뢰가 많은 편이에요. 광고 수익과 기관의 행사 의뢰, 즉 B2G 사업 수입이 많은 편입니다. 커뮤니티 자체 발생 수익은 거의 없어요.
Q. 만약 누군가가 스여일삶에 100억을 쾌척한다면 무엇에 어떻게 쓰고 싶으세요?
지영: 저희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초기 여성 창업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이에요. 액셀러레이터 또는 투자의 형태가 될 수도 있겠죠. 커뮤니티에 예비 창업자들이 많은 데 정말 도움이 필요한 분들은 막 시작한 초기 단계예요. 스여일삶이 이런 필요성을 가장 먼저,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서 더 잘 할 수 있어요.
아정: 서울 외 다른 지역에 스여일삶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을 몇 년 전부터 이야기해왔어요. 저희 최종 목표는 실리콘밸리 진출이기도 합니다. 스타트업의 환경은 서울만 벗어나도 힘들어요. 판교조차도 네이버 같은 대기업만 잘 되고 작은 회사들이 성장하기 좋은 환경은 아닌 것 같아요. 지역 확장이 필요해요. 자금이 있으면 제주도나 부산 같은 지방 모임을 활성화하는 데 사용할 것 같아요.
서인: 숨어있는 멘토분들을 발굴하고 역량을 발휘하도록 플랫폼이나 에이전시 기능을 보강하고 싶어요. 일단 100억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네요.
지희: 제 생각에는 100억으로 아정, 지영, 서인님이 말씀하신 것을 다 하면 다음 시리즈 투자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투자의 발판으로 쓸 것 같아요.
지영: 사람에 투자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금전적인 것을 바라지 않고 자발적으로 일하기 쉽지 않은데 지금껏 이렇게 일해오신 저희 운영진에게 제일 먼저 투자하고 싶습니다.
Q. 100억으로 즐거운 고민을 해봤는데요. 현실로 돌아와서 올해 하반기 계획은 무엇인가요?
지영: 스타트업에서 마케터로 일하면서 커뮤니티의 필요성을 느껴 스여일삶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젠 이 커뮤니티 운영 자체가 저의 주 업무가 되면서 커리어 정체성에 혼란이 와요. 나는 사회운동가인지? 또는 개인사업자인지? 말이죠. 결론은, 커뮤니티 운영자로서, 동시에 창업가로서도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성공해서 다음 단계를 위한 투자도 받아보고 싶어요. 저 스스로 창업가로서 도약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아정: 스여일삶을 더 많이 알리고 싶어요. 강한 정체성과 자신감 충만한 저희 운영진의 모습을 지속해서 널리 커뮤니티에 보여줘서 더 많은 회원분께 영감을 주고 싶어요.
서인: 강사나 멘토를 섭외하기 위해 공고를 올리면 대부분 남자분이 많이 지원하고, 본인을 적극적으로 어필해요. 충분한 역량이 있는데도 대체로 여자분들은 참여를 주저하거나 나서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더라고요. 뭔가 여성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 채 자신을 제한했던 게 아닌가 생각해요. 이런 면도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서 풀고 싶어요.
Q. 페이스북에 최근 채용공고도 자주 올라오는 것을 봤어요. 스여일삶이 커뮤니티로 많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채용은 조금 성격이 다른 것 같은데, 앞으로 채용 창구 역할을 확대할 계획인가요?
지영: 채용에 관한 역할은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어요. 그러나, 커뮤니티가 너무 영리 활동을 하면 지켜왔던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고 장기적으로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항상 커뮤니티의 기본 역할과 저희가 만드는 콘텐츠를 가장 우선시하고요, 채용 기능에 대해서는 기존 역할과 콘텐츠 운영에서 쌓은 경험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어요.
Q. 스여일삶이 원하는 앞으로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지희: 나도 창업 한번 해볼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하는데 주변에 정보도 없고 아는 사람도 별로 없어요. 보장된 것이 없는 길일 수도 있지만 스여일삶이 이런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버팀목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지영: 여성 리더십과 관련된 생각을 많이 하는데 20대 그리고 학생분들에게 동기부여가 필요해요. 아무래도 기성 조직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기존의 틀을 깨고 나오기가 힘든 것 같았어요. (차라리) 경력이 없지만, 창업에 관심 있는 20대 젊은 분들에게 더욱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요. 대학생 또는 고등학생도 대상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희: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분들을 더 많이 소개해서 이 커리어 패스를 따라가면 나도 할 수 있겠구나 라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어요.
지영: 심플스텝스와도 계속 교류하며 기회를 찾고 싶어요. 실리콘밸리에 계신 분들도 한국 상황이 궁금하실 것 같아요.
Interview date: July 13, 2021
Interviewed by Teri Park, Hyekyung Lee, Bokyung Kim, and Doyeon Kim
Written by Hyekyung Lee and Teri Park
Edited by Bokyung Kim and Doyeon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