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GROW TOGETHER 인터뷰 시리즈: 창고살롱
개인이 풀기 어려운 문제를 연대의 힘으로 풀어나가는 멋진 여성 커뮤니티와 기업을 소개하는 We Grow Together 인터뷰 시리즈! 그 세 번째는 “창고살롱”입니다.
창고살롱은 2020년 12월 첫 시즌 멤버십을 시작한 여성 대상 온라인 유료 커뮤니티입니다. 현재 시즌 3를 앞두고 있는 창고살롱은 지금까지 80여 회 살롱을 열었습니다. 시즌 1,2 유료 멤버십 회원수는 총 70명, 그 중 지속해서 참여하는 회원 비율이 약 60%에 달한다고 합니다. 멤버십 회원이 아니어도 참여할 수 있는 오픈 살롱을 포함하면 지금까지 약 200명이 창고살롱을 경험했습니다.
심플스텝스는 지난 7월 21일 (미 서부시간 기준 )에 줌으로 창고살롱지기를 만나 세 명의 공동운영자인 전혜영 님, 홍현진 님, 최인성 님에게 창고살롱 멤버십커뮤니티의 빠른 성장과 멤버십의 신뢰와 애정에 대하여 들어보았습니다.
창고살롱 Changgo Salon
홍현진 Hyunjin Hong, Narrative Connector
최인성 Inseong Choe, Creative Connector
전혜영 Hyeyoung Jeon, Discovering Connector
1. 창고살롱은 어떤 커뮤니티인지 소개해주세요.. 그리고,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이야기해주세요.
혜영) 창고살롱은 일과 삶의 변곡점에서 자신만의 선택을 내린 레퍼런서(Reference+er) 멤버들 각자의 고유한 서사를 나눌 수 있는 유료 온라인 멤버십 커뮤니티입니다.
나의 서사가 레퍼런스가 되는 곳, 창고살롱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멤버 모두를 레퍼런서(Reference+er)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나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일과 삶을 만들자’는 슬로건을 사용합니다.
우리 커뮤니티는 책과 영화를 통해 구조화된 대화를 나누는 스토리 살롱과 각자의 고유한 경험을 나누는 레퍼런서 살롱, 한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는 스페셜 살롱, 레퍼런서 멤버가 자발적으로 개설하고 참여하는 소모임 살롱, 창고살롱 분위기 그대로 진행되는 클래스, 살롱IN살롱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인성) 저는 ‘엄마가 된 여성의 일과 삶’ 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을 도모하던 중에 양육자 대상 구글 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거기서 혜영 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언론사 동기였던 현진 님과 웹진 Mothertive(Mother+Narrative)를 창간해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저와 현진 님, 혜영 님 세 명의 공통 키워드가 여성, 일, 삶이었고, 이 주제로 대화하다가 “우리가 커뮤니티를 만들어보자”라고 뜻을 모아 구체적으로 발전시킨 것이 지금의 창고살롱이 되었습니다. 영화와 책을 좋아하는 우리는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작은 문화살롱으로 시작했습니다.
혜영) 저는 경력 공백이 생긴 여성들의 재취업을 돕는 소셜섹터의 ‘임팩트커리어W (ICW)’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재취업을 했어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가 나 개인의 선택에 의한 나만의 고민이 아닌, 많은 여성이 보편적으로 겪는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ICW 프로그램 전에 참여했던 '구글 엄마를 위한 창업가'(Google Campus for Moms) 과정에서 만난 인성 님과 제가 비슷한 주제의 고민에 관심이 많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인성 님과 이 일을 의논하던 중에 인성 님이 현진 님을 소개해주었고 모두 뜻이 잘 맞았습니다.당시 우리는 서울 성수동의 대림 창고에서 자주 모여 회의를 했는데, ‘창고살롱’이라는 브랜드명도 거기에서 비롯되었어요. 창고의 어원을 찾아보니, 중요한 물건들을 있는 그대로 잘 보존하는 기능을 하고 나아가 문화발전 융성을 가능하게 기능했다는 점 등 역사적으로도 유의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만들어 갈 비즈니스 모델과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가입 회원들이 본인만의 고유성과 가능성을 잘 보관하고 펼쳐낼 수 있는 장소로 뒷받침되면 좋겠다는 뜻에서 ‘창고살롱’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현진) 우리는 누구에게나 레퍼런스와 동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압니다. 막상 퇴사하면 이대로 끝인가 싶은데, 일 또는 삶, 딱 이것 아니면 저것, 이렇게 전형적인 이분법적인 선택지만이 아닌, “어? 이렇게도 할 수 있네? 저렇게도 살 수 있구나!”라는 사례를 많이 접하면서 인생에 대한 선택은 다양할 수 있고, 내가 나답게 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신만의 이야기(서사)가 다른 사람에게 레퍼런스가 된다는 것을 알고, 안전한 곳에서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전적으로 지지해주는 정서적인 멤버십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2. 현재 어떤 분들이 창고살롱 커뮤니티에 계신가요?
현진) 저희는 지속가능한 일과 삶을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가고 싶은 여성들이 모여 있습니다. 80% 이상이 워킹맘이고, 육아휴직 중인 분들, 자녀는 없지만 다음 커리어나 삶의 방향을 모색 중인 전·현직 워킹우먼들이 참여하고 있어요. 또한 미래의 롤 모델이 필요한 사회 초년생이나 퇴사하신 분들도 계십니다. 열심히 살아가며 서로가 삶의 레퍼런스가 되어주는 30~40대 여성분들이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혜영) 간단하게 말해서, 저희 셋의 정체성과 각자의 서사를 공유하시는 분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엄마가 되기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결혼-출산-육아의 변곡점을 겪는 여성들이 어떻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지속 가능하게 이어갈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 함께 합니다. X세대와 MZ세대에 알파걸로 자란 분들이 많습니다.
인성) 기혼 유자녀 여성, 직장과 일에서 번아웃을 느끼는 분들, 가족 돌봄 문제 등으로 일과 삶이 휘청거리는 경험을 하시는 분들 등 통칭 일과 삶의 변곡점에 놓인 모든 여성분을 대상으로 합니다.
3. 창고살롱을 운영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어떤 점인가요?
현진) 첫 시즌을 준비할 때에는 창고살롱을 잘 모르고도 등록해서 와 주시는 분들이 정말 감사해서 기획 프로그램을 빡빡하게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운영을 하다 보니 멤버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고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두 번째 시즌에서는 멤버들이 뭔가 할 수 있는 공간, 여지를 좀 더 두고 저희 역할을 줄여 갔습니다. 멤버들 모두 매우 역량 있는 분들이고 이분들이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인성) 우리가 뭘 해드려야 한다기보다 판을 깔아드리면 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했더니 멤버분들이 오히려 부담스러워했어요. 현진 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멤버분들이 뭔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면 되었습니다. 내가 이 사람들에게 뭘 어떻게 해드려야 하지? 생각했는데, 제가 뭘 하는 게 아니었던 겁니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시고 저희가 하는 일은 이분이 뭐에 대해서 더 얘기해보면 좋겠다, 뭘 같이 해보면 좋겠다 라는 제안을 해드릴 뿐이란 걸 배웠어요.
4. 어려움이나 실패를 해결하신 경험을 나눠주세요.
혜영) 실패와 어려움은 계속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서비스이다 보니 드러나는 미숙함이나 운영하면서 생기는 고민도 적지 않았어요. 혹은 시간이 부족하거나, 몸이 아프거나, 가족이 어려움에 부딪히거나 다양한 주제로 갈등 상황은 많습니다. 그런 가운데 우리 셋이 합을 만들고 조직을 이끌어가야 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이 있지만 솔직하게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우리만의 지속가능함을 실험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이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인성) 지속가능한 일과 삶을 위해서 창고살롱을 만들게 되었는데 정작 나 자신에게 번아웃이 자꾸 찾아오면서 당황했을 때가 있어요. 다들 열심히 하는 성향 때문에 달리고 있었던 건데 어떻게 쉴까, 어떻게 서로를 쉬게 할 것인가를 같이 이야기하면서 맞춰가는 게 큰 과제인 것 같습니다.
현진) 우리의 고충과 힘든 이야기를 멤버들에게 오픈해서 다 이야기합니다. 너무 괜찮은 척, 밝은 척하기보다 우리에게 이런 어려움 있다고 솔직하게 오픈했더니 쉬어가는 마음, 쉬는 방법, 시간관리법 등의 소모임도 생겼습니다. 노년 살롱까지 하려면 이런 속도로 해선 안 되고 좀 쉬면서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혜영) 돈을 받고 제공하는 서비스이니 완벽해야 하는데 뭔가 촘촘하지 못한 기획을 제공할 때에는 굉장히 괴로워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뭔가 시도를 했는데 잘 안될 때는 멤버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오늘 안되면 다음에 해보면 되죠. 괜찮아요, 오늘은 이렇게 해요.” 하고 말씀해 주셨어요. 이런게 커뮤니티 파워라는 생각에 감사하고 무엇보다 100%를 만들어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닌, 멤버분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감각을 얻었습니다. 스펙이 아닌 스토리를 이야기하고, 서로 발견해주는 곳으로 만들어가고 싶어요.
5. 만약 창고살롱 지원금으로 백억원이 생긴다면 어떻게 쓰시겠습니까?
인성) 이상적인 대답일 것 같은데 더 많은 기회를 나누고 싶습니다. 모든 레퍼런서 분들이 창고살롱에서 가능성을 실험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가치로 충분하게 환산해 돌려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혜영) 질문 덕분에 행복한 상상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초기에 창고살롱 커뮤니티 발전 로드맵을 그려나갈 때 상상했던 것인데, 가령 연예기획사처럼 다양한 레퍼런서 분들이 개인의 재능을 맘껏 펼치시도록 리소스를 제공하는 등의 더욱 적극적인 지원을 제공해드리고 싶습니다.
6. 창고살롱의 향후 나아갈 방향이나 지향하시는 미래는 어떤가요?
현진) “나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일과 삶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창고살롱 슬로건인데, 창고살롱 운영진도 번아웃 되지 않도록 비즈니스 모델이나 주 4일 근무 시도 등을 고민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우리의 일과 삶, 창고살롱이 조화롭게 지속 가능하도록 공존하게 할 건지 고민하며 실험 중입니다. 번아웃에 대한 담론이 길어지면서 번아웃 상태가 계속되기도 해요. (웃음)
인성) 우리가 항상 살롱지기(창고살롱의 운영진)로 있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안정화되면 다른 분들이 지기를 해보고 저희도 일원으로 참여도 해보고 그렇게 운영해보면 어떨까 상상해봅니다. 우리가 운영하지 않아도 충분히 잘 유지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혜영) 셋 다 같은 지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창고살롱 모델이 B2B로도 확대되어 다양한 산업의 여러 조직에도 창고살롱의 문화와 경험, 순기능과 장점이 적용, 확장되면 좋겠습니다.
7. 커뮤니티 간의 연대를 통해 기대하는 점이 있나요?
현진) 제가 ‘서사 덕후’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는데 다른 커뮤니티 안의 다양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뭔가 같이 할 만한 것을 찾아보면 좋겠다고도 생각했어요. 심플스텝스의 이번 인터뷰가 그 시작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성) 큰 기대보다는 저희가 가는 길에 서로 도움이 되고 보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 커뮤니티는 많은데 점조직처럼 흩어져 있어서 무언가가 꼭 필요한 개인이나 단체가 적합한 커뮤니티를 찾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서로 연결이 되어 어디에 어떤 커뮤니티가 있는지 알기만 해도 이정표가 되어 줄 겁니다. 각 커뮤니티가 저마다 목적에 맞게 운영해나가면서 다른 커뮤니티와 연결되면 뭔가 서로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혜영) 저희와 다른 커뮤니티들도 서로 연대하면 좋을 것 같아요. 서로와의 연대와 연결 가능성에 항상 열려 있어요. 굉장히 기대되는 바입니다.
Interview date: July 21, 2021
Written by Teri Park
Edited by Doyeon Kim